세계사를 바꾼 말라리아 치료제, 키니네(quinine) Ⅰ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26-01-02 13: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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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말라리아 치료제, 키니네(quinine) Ⅰ
HK + 사업단 HK연구교수 김현선
키니네(quinine)는 기나나무(Cinchona) 껍질에서 추출된 천연 알칼로이드이며, 해열, 진통, 말라리아 예방에 효과적인 약물이다. 특히 말라리아의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는데, 말라리아 원충이 헤모글로빈을 파괴하는 것을 방해하여 말라리아 증상이 발현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키니네 합성 약물인 퀴나크린, 클로로퀴, 프리마퀸 등으로 대체될 때까지 말라리아에 대한 주요 약물이었다.
키니네는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의 선주민인 케추아족이 몸의 떨림을 막기 위해 근육 이완제 용도로 사용해왔다. 케추아족은 기나나무의 껍질을 갈아서 단물에 섞어 마셨으며, 이는 토닉워터(Tonic water)의 시초이다. 토닉워터는 탄산수에 키니네를 녹여 만든 탄산음료인데,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할 때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군인들에게 토닉워터를 보급했다. 당시 영국군은 토닉워터의 쓴 맛을 없애기 위해 증류주인 진, 라임과 설탕을 섞어 칵테일처럼 마셨으며, 이것이 바로 진 토닉(Gin and tonic)이다.

[사진] 기나나무와 키니네의 화학구조
키니네의 원료인 기나나무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로, 17세기 초 스페인 선교사들에 의해 말라리아 치료제로 유럽에 소개되었다. 그러나 기나나무는 안데스 산맥에서만 자생하기 공급이 제한적이며 가격이 상당히 비쌀 뿐만 아니라, 종종 다른 것이 섞여 품질과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유럽에서는 직접 묘목을 재배하려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기나나무에서 약효 성분과 따로 분리하거나 약효 성분을 인공적으로 합성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으며, 1820년 프랑스 연구자 피에르 조제프 펠르티에(Pierre Joseph Pelletier)와 조제프 카방투(Joseph Caventou)가 키니네 알칼로이드 추출 성공하게 된다. 이때부터 말라리아 치료에 기나나무 껍질이 아닌 순수한 키니네 결정이 이용되었다. 1827년부터 키니네는 상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1830년대 일반인들이 사용 가능할 만큼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유럽인이 아프리카를 침탈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었던 것은 말라리아였으며, 그로 인해 아프리카는 ‘백인의 무덤’으로 불렸다. 그러나 1830년대 이후 제대로 된 복용법까지 알려지면서, 아프리카는 더 이상 ‘백인의 무덤’이 아니라 백인들도 살아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유럽 열강에 의해 키니네는 말라리아 치료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으며, 이후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19세기 중반, 영국과 네덜란드는 기나나무를 아시아의 식민지에 재배하여 키니네 생산을 체계화하였다.
영국의 식물학자와 왕립 식물원의 다른 원예전문가는 적색 기나나무 씨앗과 묘목을 수집하여 인도의 플렌테이션 소유자들에게 저렴하게 묘목 제공하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네덜란드 역시 기나나무를 자국의 열대 식민지로 옮겨 대규모로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영국은 인도에서,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기나나무를 대량으로 재배하며 키니네 생산과 유통을 주도하였다. 다만 인도에서 생산된 키니네는 거의 모두 열대 지방에 있는 영국 군인들과 행정 인력들이 이용했고, 남은 것은 인도 내에서 모두 소비되었다. 반면, 네덜란드령 자바에서 생산된 것은 세계 각지로 판매되었다. 20세기 초에는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누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