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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은 호랑이, 스라소니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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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025-01-07 13: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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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은 호랑이, 스라소니 Ⅱ


HK+ 사업단 HK연구교수 정상호



  인간이 사냥을 유희로 여기면서 개나 매와 같은 동물을 사냥의 파트너로 활용하였는데 고려의 해동청이 특히 이름이 높다. 서아시아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치타를 길들여 사냥에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표범을 사냥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많은데 표범 뿐만 아니라 스라소니 또한 사냥의 도우미로 활용되었다. 스라소니는 표범보다 작지만 똑같이 흉폭하고 무엇보다도 동유라시아에서 구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강점이 있었다. 


  스라소니를 사냥에 활용한 기록은 원대와 명대에 많이 발견된다. 몽골에서 스라소니는 사용한 사냥이 얼마나 활발했는지는 쿠빌라이 시기에 방문한 마르코 폴로의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르코 폴로는 상도에 있는 쿠빌라이의 궁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여러분은 대군주가 사냥에 뛰어나고 동물을 잘 잡는 표범을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는 또한 짐승을 포획하도록 훈련되어 있고 사냥감을 추격하는 데에 아주 능한 스라소니도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다. 또한 많은 수의 사자도 기르고 있는데 그 몸집은 바빌로나이산보다 훨씬 더 크며, 흑 적 백색의 띠가 길이로 나 있어 가죽과 색깔이 매우 아름답다. 이들은 야생 멧돼지, 들소, 곰, 야생나귀, 숫사슴, 숫영양 및 다른 동물들을 포획하도록 조련되어 있다.

  망갈라이의 궁전(=서안)을 떠나 서쪽으로 사흘 거리의 매우 아름다운 평원을 가다 보면 줄곧 많은 읍과 촌락들을 보게 된다. 그 주민들은 교역과 수공업으로 살아가며, 비단이 매우 많이 생산된다. 사흘 거리의 마지막에 쿤쿤(Cuncun) 지방에 속하는 거대한 산지와 계곡들을 만나게 된다. ... 여러분은 그곳에는 야생동물들이 풍부한 숲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자, 곰, 스라소니, 황갈색 사슴, 노루, 숫사슴 그리고 그 외의 짐승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그 지방 사람들은 그것을 포획하여 큰 수입을 올린다.

[그림  1]  劉貫道, 「元世祖出獵圖」 출처 : 위키백과 

  원나라를 무너뜨리고 들어선 명나라에서 태조는 표범 사냥과 같은 행위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그의 아들이었던 영락제는 그렇지 않았다. 영락제는 그가 모델로 삼았던 쿠빌라이의 많은 부분을 담고자 하였고 표범 사냥 역시 그 중의 하나였다. 명나라의 황제들은 스라소니를 이용한 사냥을 즐겨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지난번 윤봉(尹鳳)이 나에게 말하기를, ‘병오년에 황제(皇帝)가 내사(內史)에게 사냥을 시켜 민간(民間)을 소요스럽게 하니, 어사(御史)가 들어가 아뢰기를, 「인주(人主)는 산이나 들에서 사는 짐승[野獸]을 먹지 않는 법이오니, 청컨대 내사(內史)에게 사냥을 시키지 말아 교만하고 방자하지 못하게 하소서.」 하니, 황제가 노하여 말하기를, 「네가 나에게 야수(野獸)를 먹지 말라고 하니, 야수는 바로 네 편인 게로구나」 하고, 곧 사나운 표범에게 던져서 물게 하였으되 죽지 않으니, 다시 칼로 베어 죽였다 합니다. ’고 하였다.
  이 일화는 조선세종실록에 기록된 것으로 선덕제가 사냥을 즐겼다는 것을 보여준다.

  명나라의 황제 중에서 스라소니에 대한 애호가 유명한 것은 정덕제가 유명하다. 황제는 궁정 내에 표방(豹房)이라고 하는 시설을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16세기 초, 알리 악베르(Ali Akber)의 <중국여행기(Khitay Nameh)>라는 책 속에서도 16세기 중국의 궁궐 속에 스라소니를 기르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명나라 황제의 다섯 번째 궁전 안에 그들은 한 무리의 사자, 표범, 치타, 스라소니와 티벳 개를 기르고 있었다.
  정덕제는 스라소니를 가장 열정적으로 수집한 황제였다. 정덕제가 건설한 표방에서 사육하는 ‘표범’이 백마리에 가까웠다고 하는데 그 표범 중에서 스라소니가 90여 마리였다고 하니 사실 그가 수집한 ‘표범’의 대부분은 스라소니였다.


[그림  2]  표방용사동패(豹房勇士銅牌). 출처 : 중국국가박물관(中國國家博物館)

  표자동패(豹字銅牌)는 정덕 연간에 주조되었고 표방용사(豹房勇士)라고 하는 군인들이 패용하던 증빙물이다. 동패는 원형이며 상단에 구름 무늬의 손잡이와 구멍이 뚫려 있고 정면에는 웅크리고 있는 표범 한 마리가 새겨져 있다. 표범의 머리 위쪽에는 오른쪽에서 왼족으로 “표자(豹字) 몇 호(號)”라고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隨駕養豹官軍勇士懸帶此牌,無牌者依律論罪,借者及借與者罪同”이라고 27자가 적혀 있다. 여기에 그려진 동물은 꼬리가 길고 두 귀가 짧고 원형이다. 스라소니의 두 귀는 뾰족하고 직립한 것으로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명대 표자동패에 있는 표범의 두 귀는 직립하여 분명 스라소니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꼬리가 길게 묘사되어 있는데 스라소니의 꼬리가 짧기 때문에 이것은 동패를 제작할 때 표범과 스라소니의 특징을 조합해서 만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