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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은 호랑이, 스라소니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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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025-01-07 13: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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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은 호랑이, 스라소니 Ⅰ


HK+ 사업단 HK연구교수 정상호



  스라소니란 食肉目 고양이과의 포유류이며 '링크스(Lynx)'라고도 한다. 몸길이는 약 85-130cm, 꼬리길이는 약 12-24cm이며 體高는 50-75cm, 몸무게는 18-38kg에 달한다. 표범보다는 작지만 다른 고양이과 동물보다는 큰 편에 속한다. 스라소니의 외형적인 특징으로는 큰 머리와, 호랑이에게서 볼 수 있는 볼수염이 있다. 털은 짧은 세로의 줄무늬와 둥근 반점이 섞여 있고, 귀는 삼각형이고 귀 끝에 안테나같이 검은색 털이 뾰족하게 나와 있다. 이 뾰족한 검은 털은 소리의 방향을 탐지하고, 먹이의 고주파를 감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스라소니를 구분하는 특징적인 요소이다. 귀의 뒤에는 담회색의 반점이 있고 귀에서 목까지 긴 털이 있다. 앞다리에 비해 뒷다리가 비교적 길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발바닥이 넓고 발가락 사이에는 잔털이 있다. 꼬리가 짧고 통상 몸 전체 길이의 1/4을 넘지 않으며, 꼬리의 1/3이 검은 색이다.


  스라소니의 서식지는 매우 다양하다. 해발 100m의 평원에서 해발 5000m의 고원지대에 걸쳐 있으며 지리적으로는 한반도 북부․몽골․러시아의 시베리아 등 동유라시아대륙 북부 전역에 걸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통해 평안도와 함경도에 많지 않은 개체가 서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스라소니. 출처 : 위키백과


  서식지로는 주로 깊은 숲을 선호하지만 산악 지대의 암반 절벽이나 덤불이 무성한 평원에서도 살아간다. 고양이과 동물답게 단독 생활을 하며 성질 또한 사나운 편이다. 스라소니는 나무를 오르는 능력이 탁월하며 덩치가 크기 때문에 다른 소형 고양이과 동물들처럼 작은 동물만을 사냥하지 않는다. 노루와 고라니 등은 물론이고, 드물게는 어린 멧돼지도 단독으로 기습해 사냥이 가능하다. 물론 쥐, 토끼와 같은 작은 먹잇감들도 잡아먹는다.

  스라소니는 ‘작은 호랑이’, '못생긴 범 새끼' 등의 별명이 있으며 조선에서는 토표(土豹), 대산묘(大山貓)라고 불렸다. 최덕중의 『연행록(燕行錄)』에서 조선시대 스라소니에 대한 인식을 볼 수 있다. 


… ​길에서 함거(檻車) 둘을 만났다. 하나는 시랑(豺狼) 두 마리를 실었는데, 모양은 곰 같으나 낯짝은 개 같고 크기는 중간치 돼지 같았다. 또 다른 하나에는 스라소니(土豹) 한 마리를 가뒀는데, 모양이 작은 표범 같았다. 혹자는 범이 처음 낳은 새끼는 범이 되고, 두 번째 낳은 새끼는 표범이 되며, 세 번째 낳는 새끼는 스라소니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최덕중이 범이 처음 낳은 새끼는 범이 된다고 운운한 부분은 하나의 부모가 낳은 자식 중에도 약간 덜한 자식은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범과 표범과 스라소니는 같은 부모에서 태어난 자식으로 묘사되고 있다. 1925년 동아일보 기사에서 스라소니를 “두렵지 않은 호랑이”라고 표현한 내용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도 스라소니는 호랑이와 같은 종류의 동물처럼 간주되고 있다.

  스라소니는 오늘날 한반도 북부 지역에 주로 서식하며 평안도 방언으로 “시라소니” 또는 “시라손이”라 불린다. 조선시대 기록에서는 土豹라는 말로 자주 등장하는데 『訓蒙字會』에서 “스라소니는 土豹라 한다”라 하여 스라소니와 토표가 같은 동물임을 밝히고 있다. 이규경의 『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는 時羅猻이라는 이름이 보이는데 역시 스라소니를 표기한 것 같다. 렴광호는 스라소니의 어원을 만주어에서 찾는다. 만주어에서 ‘백표(白豹)’를 sanyanyarha라고 한다는 사실로부터 만주어 silun과 sanyanyarha의 첫음절을 합성한 silunsan이 우리말 ‘시라소니’ 가 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렴광호의 추측에 따르면 silun san이 ‘시룬산’이 되고 다시 ‘시라손’이 되어 마침내 ‘시라소니’로 되었다는 것이다.

  스라소니는 무슨 이유에서 수요가 있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스라소니와 같이 진귀한 동물들은 의례에서 왕조의 강성함을 드러내는 용도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원대에는 조회를 열 때 맹수들을 그 자리에 도열시킴으로써 위엄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었다. 원나라 이후 명나라의 태조 주원장은 동물을 궁정 전례에 사용하는 규정은 없앴다. 그러나 명나라에서도 동물의 의례적인 기능은 계속해서 남아 있었다. 호르무즈에서 바친 표범이나 낙타, 코끼리, 사자와 같은 동물들이 나란히 서서 각국의 사신들이 감상하게 하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왕실의 사냥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냥을 유희로 여기면서 개나 매와 같은 동물을 사냥의 파트너로 활용하였는데 고려의 해동청이 특히 이름이 높다. 서아시아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치타를 길들여 사냥에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타를 이용하여 사냥에 사용한 것이 언제부터 중국으로 유입되었는지는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당나라의 장회태자묘 등을 비롯한 유적에서 고양이과 동물을 데리고 사냥에 나서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