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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8 동맹

  • 저자라인하르트 코젤렉·크리스티안 마이어·오딜로 엥겔스·호르스트 권터

    출판푸른역사

  • 작성자HK+관리자

    작성일2021-06-10 17:20:08

    조회수1227

책소개

‘동맹’의 역사적 의미 변화와 용례를 추적하다

‘동맹’, 풍성하고 복잡한 의미의 갈래들을 펼쳐 보이다

한국인들에게 ‘동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마도 ‘한미동맹’이나 ‘군사동맹’과 같은 말이 아닐까. 한국어 사전에 따르면, 이 단어는 “두 나라 이상이 일정한 조건으로 서로 원조를 약속하는 일시적 결합”을 뜻한다.

이처럼 국가 간 결합을 의미하는 맥락에서 사용되는 ‘동맹’이 그러나 언제나, 변함없이 이러한 방식으로 줄곧 사용되어왔던 것은 아니다. 장기간에 걸친 단어들의 역사적 의미 변화와 용례를 추적하는 것으로 유명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동맹’에 해당하는 독일어 bund에 켜켜이 쌓여 있는 풍성하고도 복잡한 의미의 갈래들을 펼쳐 보인다.


동맹, ‘인간들의 결합’에서 ‘국가의 통합’으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에 따르면, 동맹이란 원래 인간들이 모이고 결합하는 존재 방식 일반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말이었다. 예컨대, 가문과 가문의 결합인 결혼은 일종의 혼인 동맹이었고, 농민들의 동맹은 귀족들에 대항하는 계급적 저항의 색채를 강하게 띠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결합을 의미하는 단어였던 까닭에, 동맹은 심지어 인간 세계를 넘어선 기독교 신과의 유대를 의미하는 종교적 성격까지도 지닌 단어였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인간 결사와 결합의 차원들이 차츰 정치와 국가라는 길로 좁혀지는 새로운 문턱으로 들어섰던 것은 대략 18세기 후반으로 보인다. 작은 지방국가들의 분권적 전통이 강했던 독일 지역에서 이제 동맹이라는 단어는 통합의 최대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두고, 생각이 서로 달랐던 정치 세력들이 첨예하게 경쟁하는 현장이 된다. 지방 국가들의 느슨한 결합인 ‘국가연합’의 길로 가야 할 것인가? 좀 더 중앙집권화된 ‘연방국가’가 해답일까. 아니면, 하나의 통일된 ‘민족국가’를 최고의 목표로 설정해야 할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철학자 칸트의 경우, 전쟁 없는 영구 평화의 세계를 꿈꾸며 민족국가를 넘어서, 전 세계 국가들의 거대 동맹인 ‘국제연맹’을 구상하기도 했다.


지금ㆍ여기의 우리에게 통합 관련 지적 자극과 영감 제공

독일의 정치적 미래를 둘러싸며 경합했던 단어 ‘동맹’의 의미는 지금ㆍ여기의 우리에게도 통합에 관한 지적 자극과 영감을 제공한다. 2000년 남과 북이 합의한 6ㆍ15선언에서 바로 그러했듯이, 남과 북은 각각의 주권을 유지한 채로 느슨하게 통합된 국가연합의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길을 따라가는 긴 여정에서 오랫동안 염원했던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동체, 그리고 나아가 민족의 통일까지도 자연스레 꿈꿔 볼 수 있지 않을까. 동맹의 의미를 둘러싼 새로운 논의와 상상력이 절실한 이즈음 우리에게도 참조가 될 만하다.


저자소개

- 저자 : 라인하르트 코젤렉

독일을 대표하는 역사가이자 역사사상가이다. 저서로 《비판과 위기》, 《지나간 미래》, 《폭력적 죽음의 성상학》 등이 있다. 위대한 아웃사이더’, ‘18세기 철학자’, ‘홀로 서면서도 여러 경계에 걸친 인물’. 개념사 사전의 선구자 코젤렉을 달리 부르는 이름들이다. 그렇듯 그는 유럽 근대사 연구에서 빼어난 업적을 쌓았지만 스스로 ‘역사가 동업조합’의 울타리에 들지 않았다. 그는 늘 언어와 사실, 주관과 객체 사이의 중간지점에 서서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의 한계를 직시했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그의 이력은 역사학을 전공하면서도 철학과 정치이론에 더 많이 기울었던 하이델베르크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를 뢰비트,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마르틴 하이데거, 카를 슈미트 등이 청년 코젤렉을 키운 이론가들이다. 시간운동의 역사철학, 번역의 해석학, 정치적 인류학이 이들로부터 흘러나와 코젤렉의 개념사 이론에 녹아들었다. 그렇지만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골격을 이룬 ‘경험공간’과 ‘기대지평’은 그의 독창적인 인식체계다. 그 줄기에서 그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지표이면서 그 요소가 되는 개념의 세계를 발굴했다. “‘근대’라는 위기의 시대에 수많은 ‘투쟁개념들’이, 다가오는 역사적 운동을 이념적으로 선취하면서 실천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명제가 역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객관주의와 주관주의 사이의 해묵은 경계선에서 홀로 서면서 《비판과 위기KRITIK UND KRISE》(1959), 《개혁과 혁명 사이의 프로이센PREUSSEN ZWISCHEN REFORM UND REVOLUTION》(1967), 《지나간 미래VERGANGENE ZUKUNFT》(1979), 《시간의 층위ZEITSCHICHTEN》(2000), 《개념사BEGRIFFSGESCHICHTEN》(2006) 등의 저술을 남겼다.


출판일

2021년 1월 27일


자료소장형태

단행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