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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개혁, 그리고 18세기 조선의 과학기술
저자임종태
출판들녘
작성자HK+관리자
작성일2022-09-13 15:28:48
조회수844
책소개
이 연구는 홍대용의 1765년 북경 여행과 그것이 불러일으킨 여파를 단서로 삼아, 18세기 중후반 영조와 정조 두 군주가 통치하던 시기 조선의 과학기술과 그것을 둘러싼 지적, 사회문화적 지형을 살펴보는 시도이다. 연행사절은 과학기술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연례적 외교 행사였지만, 세심히 살펴보면 홍대용이라는 인물과 그의 북경 여행에는 당시 조선의 과학기술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지형과 그 가운데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직ㆍ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들이 담겨 있다.
18세기 중ㆍ후반 조선에서 양반의 학문, 중인의 전문 분야, 장인의 기술이 “과학기술”이라고 부를 만한 밀접한 연관을 맺은 것은 현실의 제도적 영역에서라기보다는 몇몇 양반 엘리트들의 개인적 실천, 그들의 경세론과 정책 구상 속에서였다. 홍대용과 북학론자들이 바로 그들로서, 독특한 북경 여행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다. 그들이 조선 사회를 향해 제기한 핵심적 의제가 북경 여행과 관계된 것이었으므로, 그들이 창출해낸 “과학기술”의 내부 질서도 그 여행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흥미롭게도, 홍대용의 실천에 자극을 받아 박제가와 박지원의 북경 여행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로 북학론이 제기되었지만, 홍대용과 북학론자들이 만들어내고 있던 “과학기술”은 그 이념적, 문화적 결이 상당히 달랐고, 이후 한국사에서 맞이한 운명도 엇갈렸다.
그간 서양 근대 과학기술의 수용이라는 좁은 관심사 바깥의 넓은 영역은 한국의 근세ㆍ현대 과학기술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천지의 도를 추구하던 양반 학자들, 시헌력으로 일월오성의 운행을 예측하던 관상감의 관원들, 국가와 백성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내던 장인들의 실천으로 이루어져 있던 조선의 과학기술이 어느새 서구에서 유래한 과학기술로 바뀌었는데, 그 전환의 과정에 대해서는 마치 의식을 잃은 것처럼 기억에 남은 것이 없다. 만약 우리가 느끼는 단절의 감각이 18세기 말에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이어진 사각지대의 효과에 불과하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거나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를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18세기에 양반, 중인, 장인들에게서 확인되는 과학기술적 활력과 점차 활발해지기 시작했던 상호 작용은 이후 어떻게 이어졌을까? 근대화, 서구화의 과정에서 외래의 지식과 실천에 자리를 물려주고 완전히 소멸한 것일까? 아니면 흥미로운 혼종의 형태로 지금까지 우리의 주위에 살아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소개
- 저자 : 임종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한국 과학사 연구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같은 대학원에서 과학사를 가르치며, 조선 후기 서양 과학의 수용, 조선과 중국 사이의 과학기술 교류, 조선 정부의 과학기술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논저로는 『18세기 중국과 조선의 서구 지리학 이해-지구와 다섯 대륙의 우화』 (창비, 2012); “Rodrigues the Gift-giver: A Korean Envoy’s Portrayal of His Encounter with a Jesuit in 1631,” Korea Journal 56(2) (2016), 134-162쪽; “조선 후기 우량 측정의 정치: 영ㆍ정조대의 농업 행정, 기우제, 그리고 측우기,” 『역사학보』 225 (2015), 89-126쪽 등이 있다.
출판일
2021년 11월 20일
자료소장형태
단행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