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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문] 이승민, 조선후기 求貿를 통한 물품교역의 폐단과 조선의 대응
작성자HK+관리자
작성일2023-01-05 15:15:09
조회수401
조선후기 求貿를 통한 물품교역의 폐단과 조선의 대응
◎ 저자명: 이승민(HK연구교수)
◎ 학술지: 서강인문논총 제65집
◎ 발행처: 인문과학연구소
◎ 간행일: 2022.12.31
조선후기에는 교역이 이루어지는 시기나 거래되는 물품의 종류 등이 정해지지 않은 조금은 특이한 형태의 교역방식이 존재하고 있었다. ‘求貿’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求貿란 막부로부터 대조선외교 및 무역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쓰시마(對馬) 측에서 섬 내외의 사정에 따라 특정한 물품의 필요성이 발생하게 되면 해당 물품을 특정해 조선 측에 교역을 요청해 오고, 조선 정부에서는 이에 관한 사안을 심의해 교역 여부를 결정해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구무를 통해서는 매우 다양한 물품들이 교역되고 있었다. 쓰시마가 교역을 요청한 물품은 수백여 가지에 달하며, 이러한 물품들은 쓰시마로 건너가 섬 내부에서 사용되거나 혹은 쓰시마를 경유해 막부 측으로 진상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구무는 ‘조선정부-쓰시마-일본막부’로 연결되는 특수한 관계 내에서 이루어져 당시 조일관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쓰시마의 구무 요청은 기본적으로는 쓰시마 내의 필요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러한 필요 이면에는 귀한 물품의 진상을 통한 쓰시마 도주의 대막부 교섭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쓰시마는 원래 규정된 공ㆍ사무역을 통하는 것보다 구무를 통해서 훨씬 다양하고 질 좋은 물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쓰시마에서는 섬 내외의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쓰시마는 여러 가지 이유로 조선에 구무를 통해 교역한 물품을 참근교대로 에도에 갈 때 막부에 가져가 쇼군이나 집정 등에게 접대용으로 사용하면서 막부 내에서 자신의 입장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교역 과정에서는 쓰시마 측의 빈번한 물품 요청과 물품을 조달하는 데 드는 조선 측의 부담, 그리고 잘못된 문서의 양식 등에 따라 적지 않은 폐단이 발생하고 있었고, 결국 그것은 결국 조선의 부담과 불편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쓰시마를 매개로 형성된 일본과의 간접통교관계를 원활하게 이끌어나가고자 한 조선 측의 의도와 방법 중 하나로 구무라는 교역방식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