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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문] 김장구, 체벵(Čeveng)의 『몽골 소수민족지』 역주 1-다르하드, 훕스굴 호의 오량하이-
작성자HK+관리자
작성일2023-01-05 10:09:35
조회수566
체벵(Čeveng)의 『몽골 소수민족지』 역주 1-다르하드, 훕스굴 호의 오량하이-
◎ 저자명: 김장구(HK연구교수)
◎ 학술지: 몽골학 제71호
◎ 발행처: 한국몽골학회
◎ 간행일: 2022.11.30
이 글에서 소개하는 『몽골 소수민족지』는 러시아 국적의 보리야드 몽골인으로, 근대 몽골의 저명한 인문학자이며 정치가인 ‘잠스랑긴 체벵(ǰamsaringun Čeveng, 1881~1942)’이 몽골인민공화국 과학원에서 몽골국 24년(1934) 5월에 출간한 책이다. 책은 체벵 자신이 당시에 이용할 수 있었던 몽골어, 러시아어, 만주어 등으로 된 다양한 자료들과 현장 답사기록을 바탕으로 몽골 소수민족의 인구, 경제, 문화, 대외관계 등을 종합하여 전통 몽골문으로 서술하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오늘날 몽골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할흐 몽골인’을 제외한, 주로 몽골국 영토 서북부의 다양한 소수민족들과 동남부의 다리강가, 동북부의 함니간 등에 대해 지리 지형과 유목사회의 생산물, 사냥, 어로, 농경 등의 다양한 경제 활동 상황, 몽골-러시아, 몽골-중국의 교역관계 등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근대 몽골 인문학의 거장인 저자는 전통 몽골의 학문과 근대 러시아 교육을 통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했기 때문에, 외부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몽골 유목사회의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서술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스탈린이 통치하던 소비에트 연방의 전체주의적 통치의 영향으로 몽골 인민정부는 민족주의적인 지식인과 승려 등을 억압하고 감시하였다. 이런 상황 하에서 체벵은 몽골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옹호하는 ‘봉건주의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1937년 8월에 레닌그라드에서 부당하게 체포되었다. 이어서 1940년 2월에 특별 재판에 회부되어 5년형을 선고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당시에 곧바로 처형당하지 않았고, 시베리아에서 몇 년 동안 유형생활을 하다가 1942년 4월 14일에 옥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1956년 12월 8일에 ‘범죄 혐의 없음’으로 사면되었다.
뿐만 아니라 몽골에서는, 사회주의 시기는 물론 1990년대 초반까지 칭기스 칸과 ‘대몽골국사’을 비롯한 몽골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올바르게 연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 책 『몽골 소수민족지』의 저자인 체벵을 비롯한 몽골 민족주의자들의 책과 글은 당국의 검열(檢閱)을 통해 ‘금서(禁書)’가 되었으며, 일반인들은 물론 지식인과 연구자들조차도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로 인해 사회주의권이 몰락하고 몽골이 민주화 된 이후인 1990년대 초부터 칭기스 칸과 대몽골국의 역사, 몽골 불교와 전통유목문화 등에 대해 몽골인의 시각으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몽골의 역사와 유목사회에 대해 외국인들이 쓴 연구서들은 비교적 많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지만, 몽골인이 쓴 책이 번역되어 출간된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따라서 체벵의 『몽골 소수민족지』가 번역되어 출간되면, 우리나라 몽골학 연구자들과 독자들이 몽골 유목민의 삶과 역사, 문화 등에 대해 한층 더 깊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