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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문] 이승민, 조선후기 求貿에 대한 조・일 양국의 인식과 구무의 특징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22-03-04 1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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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求貿에 대한 조・일 양국의 인식과 구무의 특징
◎ 저자명: 이승민(HK연구교수)
◎ 학술지: 한일관계사연구 제73집
◎ 발행처: 한일관계사학회
◎ 간행일: 2021.08.31
본 논문의 목적은 기존 조일무역 관련 연구에서 소홀히 다루어졌던 求貿와 관련해서 구무를 바라보는 조선과 일본 양국의 시각, 그리고 동아시아 무역에서 구무가 지니는 특수성 등에 대해 고찰함으로써 조일 양국 교섭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 있다. 구무는 일본 막부로부터 대조선외교와 무역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쓰시마가 필요한 물품을 구해달라고 요청하면, 조선조정에서 사안을 심의하고 허가해서 이루어지는 교역이다. 이러한 구무는 교역시기나 물품의 종류・수량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처리 및 결제방식이 다양하고 공・사무역과도 연관되어 있어서, 외교와 무역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던 당시 조일 양국 경제교류의 특별한 측면을 잘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구무는 쓰시마의 열악한 경제사정과 경제적 욕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외교적・정치적 비중 역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즉 쓰시마의 구무 요청은 기본적으로는 쓰시마 내의 필요에서부터 기인할 것이었지만, 그러한 필요에는 쓰시마번주의 保身을 위한 대막부 교섭의 측면 역시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쓰시마는 구무를 통해 자체적인 생활물품을 충당하기도 했지만, 막부 교섭에 이러한 물품을 활용하기도 했다. 쓰시마번주는 막부에 자신이 조선과 교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임을 부각시킴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대조선과의 무역에 있어서도 유리한 지점을 차지해갔다.
조선 측으로서도 국교재개 이후 일본 막부와의 교린관계를 원활하게 이끌어나가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양국 관계의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었던 쓰시마의 입지를 강화・옹호하면서도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수단의 하나로 조선에서는 구무를 통한 다양한 물품교류를 허락해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구무는 쓰시마 측 불시의 필요에 따라 조선 측으로 해당 물품의 교역을 요청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와 같은 필요나 교역이 늘 일방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기는 해도 조선에서도 필요한 경우 쓰시마 측에 물품을 요청해서 교역이 이루어진 경우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조선보다 더 다양한 외국과 관계를 맺고 있던 동아시아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공식적인 교역 외에 구무와 같이 정부 대 정부를 통한 별도의 요청을 통해 교역이 이루어진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구무는 조선과 쓰시마로 연결되는 매우 특수한 관계 내에서 이루어져 당시 한일관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