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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후기

Course review

[인문캠프]

5차 년도 제2차 인문 캠프 ‘시코쿠(고치)’_2024.12.23. ~ 2024.12.27 답사 후기

  • 작성자권순범

    작성일2025-01-02 18:08:42

    조회수58

지난 2023년 9월부터 24년 2월 말까지 반년 정도 교토(京都)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간사이(關西) 지방 여러곳을 답사하였으나, 시코쿠(四國)에는 좀처럼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답사 전날, 학교 도서관에서 시코쿠의 역사를 다룬 책을 빌려 읽어보았으나 생소한 지명과 인명은 머리를 아프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12월 23일에 마쓰야마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제 머릿속에 시코쿠는 그저 '사카모토 료마의 고향'에 불과했습니다. 첫날은 인천공항에서 마쓰야마 공항으로, 마쓰야마 공항에서 고치로 이동에 이동을 거듭하였기 때문에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피곤함이 여행의 설렘을 삼켜버린 날이었습니다. 


본격적인 답사는 둘째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고치성과 박물관, 그리고 자유민권기념관 등을 방문하며 고치가 일본 근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지역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각 답사지마다 할당된 시간이 다소 짧았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답사지를 천천히 둘러보며 박물관의 전시나 설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바삐 움직여야 했습니다. 


둘째날 고치대학에서의 강의와 셋째 날 일본 학생들과의 교류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츠노 노리아키(津野倫明) 선생님의 강의는 전국시대 시코쿠의 실력자 쵸소카베 모토치카(長宗我部親元)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쵸소카베 모토치카는 임진왜란에도 참전한 인물인 만큼 한국사와도 관련된 인물입니다. 그런데 강의에서는 해당 인물의 개인적인 면모만 강조된 것이 아닌가 조금 아쉽습니다. 물론, 한국인에게 생소한 전국시대의 무장을 다루는 강의인 만큼 해당 인물을 소개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청중이 한국인인 만큼 해당 인물과 한국사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강의를 구성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츠노 선생님의 강의는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일본어로 강의를 들으며 교환학생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고, 임진왜란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본토 발음으로 듣는 소로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일본 학생들과의 만남은 둘째날과 셋째날 저녁에 이루어졌습니다. 거의 10개월 동안 일본어를 쓸 일이 없어 조금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기억하고 있어서 스스로 뿌듯(?)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마쓰야마는 고치보다 접근성이 좋은 지역입니다. 그 때문인지 마쓰야마에서는 한국어를 비교적 많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가족여행으로 다시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녔습니다. 26일에 마쓰야마로 가서 마지막 밤을 보냈는데, 이때부터는 답사보다 패키지 여행(?)의 느낌이 더 많이 났던 것 같네요. 마쓰야마 성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차라리 둘째날에 마쓰야마 성을 방문하여 천천히 둘러보며 공부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날에 방문한 것이 조금 아쉽네요. 


마쓰야마 성은 가토 요시아키(加藤嘉明)가 지은 성입니다. 이 사람 역시 임진왜란에 참전한 무장입니다. 오사카성에 가면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전한 무장들이 그려진 병풍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병풍을 바라보며 병풍 속 인물들 대부분이 조선 땅을 밟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7년 간이나 지속된 '이국정벌(異國征伐)'은 분명 일본 측 인물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입니다. 전국시대 말~에도시대 초기 무장들의 기록 속에서 '조선출병(朝鮮出兵)'의 기억을 모아내는 작업이 역사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쓰야마 성에서는 가토 요시아키가 조선에서 무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시코쿠에 언제 가보겠어?"라는 생각이 이번 인문캠프 지원의 동기입니다. 지원서를 작성할 때는 답사가 이리 고될 줄 몰랐습니다. 4박 5일이 바쁘게 지나간 듯합니다. 그러나 매우 만족스러운 답사였습니다. 시코쿠의 역사를 배웠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오랫만에 만난 동기와 함께 이야기도 하고 어색하던 후배와도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답사를 기획하신 동국대학교 HK 사업단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바쁘고 정신 없었던 2024년이 좋은 추억으로 끝맺음되어 기쁩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